독백/기타 등등 68

고독2

1 카페에는 며칠간 가지 못했다. 이번 주 월요일에 어쩌다 보니 육회를 먹게 되었는데, 그 탓인지 배탈이 나서 며칠간 고생했기 때문. 글도 쓰지 못했다. 개강하기 전에 미리 글을 써놓은 적은 없었지만 이번에는 꼭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 열심히 해보려고 하는데, 집중이 잘 안 된다. 굳이 쓸 필요도 없고 어쩌면 써서는 안 될 글이라는 것이 빤히 보여서, 즉 단순히 학점을 얻기 위한 글뿐이란 자각 탓에 그러한 것일까. 그 동기야 어찌되었건 간에 글을 완성하고 나면 학점과 별 관계없이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법한 작품이 될 수도 있으리란 기대도 짐짓 섞여 있기에, 이 작업을 쉽게 그만둘 수도 없고 내 온 존재를 거기에 투영할 수도 없다. 이제 10여일 정도 남은 셈인데, 어떻게든 마무리야 지을 수 있겠지만 그..

고독

1 평화롭다. 하지만 곧 수다스러운 자아가 개입한다. 그리고 자학의 시간이 이어진다. 2 외로울 만하면 다른 사람을 만나며 방학을 보냈다. 따져 보니 일주일에 한 번꼴로 만난 것 같다. 그 정도면 나쁜 수준은 아니지. 3 표현수위가 센 영화를 며칠간 연달아 보았더니, 아직도 온몸이 얼얼한 느낌. 4 고독 속에서 보내는 최근 일과의 핵심은 카페에 넷북을 들고 가서 글을 쓰는 것. 집안에서는 도저히 글이 손에 안 잡혀서 조금 절박한 심정으로, 난생처음으로 해보게 된 일이다. 처음 두어 번은 짐짓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일이 수월해서 당분간 계속 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카페에 가는 것에 얼추 익숙해지고 나니 집에 있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이 되었다. 이렇게 할 이유야 얼마든지 있지만, 이렇게 할 필요가 있는 ..

히치콕 풍의 사랑

알프레드 히치콕이 자신의 영화 속 남녀 주인공 간의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매우 관습적이고 평면적이며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그가 아들과 어머니, 혹은 삼촌과 조카 사이의 미묘한 눈빛을 영상에 담아 보여줄 때, 그것은 어떠한 본질에 화살을 겨눈 채 팽팽히 당겨진 활시위를 붙잡고 있는 소년을 연상케 한다. 히치콕 역시 고독한 사람이었다. 그의 영화를 찾아볼수록 그러한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볼수록 좋고, 볼수록 쓸쓸하다. 그만큼 신나고 재밌기에 더더욱.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전체화면으로 보세요.) 윤성호 감독의 인디 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에 관한 씨네21 인터뷰 기사가 하도 흥미로워서 시트콤을 찾아보았는데, 본편보다 이 자매품 에피소드 [두근두근 노봇노섹]이 훨씬 재밌더라. 확실히 이 감독은 언어적인 재간이 뛰어나다고밖에… 특히 그가 씨네21에 연재하는 칼럼(이 칼럼의 제목 역시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다)을 읽고 있노라면 우디 앨런의 글도 너무 딱딱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렇듯 막상 읽거나 보면 정말 흥겨운데, 읽거나 보기 전까지는 이상하게 거부감이 드는 감독이기도 하다. 시트콤 홈페이지(http://indiesitcom.com/)에는 이제 고전이 되어버린 [우익청년 윤성호]도 자매품 에피소드로 올라와 있다. 아 그리고 '구하라'는 카라의 구하라란다. ㅋㅋ

20100623

1. 앱솔루트 노 레이블. '완전한 세계에는 레이블 같은 것은 없다'는 카피가 인상적인, 앱솔루트 보드카의 새로운 모델. 어차피 보드카니까 레이블이 있건 없건 그 맛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지만, 디자인이나 그 발상 자체는 매혹적이다. 술을 잘하지 못할뿐더러 특별히 마실 기회도 없는 나로서는 사도 별 소용이 없겠지만. 2. 부천영화제에서 볼 영화를 정했다. 마음 같아서는 영화제 기간 내내 죽치고 앉아서 최대한 많은 영화를 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여러 면에서 그렇게 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그냥 3일 정도만 다녀올 생각이다. 일단 현재 찜해놓은 영화로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엔터 더 보이드] 등 어느 정도 '검증된' 작품 몇 편과, [다이], [화룡] 같은 경쟁부문 작품, 그리고 [두..

20100528

1. 피판홀릭 3만 원권 카드를 샀다. 올해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가볼 생각. 2. "It is easiest confidently to seduce those we are least attracted to." 알랭 드 보통의 트위터에 위와 같은 글귀가 올라왔다. 그것이 정말 그렇게까지 쉽진 않을지라도, 진정으로 자신이 매혹된 상대를 유혹하는 일보다는 확실히 '쉽게 느껴지는' 것 같다. 쉬운 만큼 그 열매는 씁쓸하기 마련이고. 나는 정말 단 한 번도 이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유혹이 중요한 것인가? 물론이다. 유혹 이후의 관계 형성, 진정한 인간적인 유대감을 유지해나가는 것만큼이나 이것은 굉장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도대체 진정성이 무엇인가? 3. 정..

20100521

1. 2. 『카프카와의 대화』에서 발견한 사랑에 관한 말들. "(중략) 그녀는 당신의 여자 친구에요. 당신은 매혹되어 있어야만 해요. 사랑에서는 모든 마술에서처럼 모든 것이 단 한 마디 말에 달려 있어요. '어떤' 여자라는 맴우 광범위하고 막연한 명칭은 명확하게 제한된 '그' 여자라는 명칭에게 길을 비켜주어야만 해요. 유(類)개념이 운명의 힘이 되어야 해요. 그러면 모든 것이 순조로워지죠." -구스타프 야누흐, 『카프카와의 대화』, 문학과지성사, 2007, p.402 "사랑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아주 간단한 거예요. 사랑은 우리의 삶을 드높이고, 확장하고, 풍부하게 하는 모든 거예요. 지극히 높은 곳까지 그리고 지극히 깊은 곳까지. 사랑은 차량처럼 문제가 없는 거예요. 문제가 되는 것은 오직 운전자이며 ..

자크 타티에 관한 글을 쓸 예정임.

퍼레이드 감독 자크 타티 (1973 / 프랑스, 스웨덴) 출연 자크 타티, 칼 코스메이어, 피에르 브라마, 미쉘 브라보 상세보기 트래픽 감독 자크 타티 (1971 / 이탈리아, 프랑스) 출연 자크 타티, 마르셀 프라발, 오노레 보스텔, 프랑수아 메종그로세 상세보기 플레이타임 감독 자크 타티 (1967 / 프랑스, 이탈리아) 출연 리타 메이든, 자크 타티, 바바라 데넥, 라인하르트 콜데호프 상세보기 나의 아저씨 감독 자크 타티 (1958 / 이탈리아, 프랑스) 출연 자크 타티, 장 피에르 졸라, 아드리안느 세르반티, 루시엥 프레지스 상세보기 윌로씨의 휴가 감독 자크 타티 (1953 / 프랑스) 출연 자크 타티, 나탈리 파스카우드, 미쉐린 롤라, 발렌틴 카막스 상세보기 축제일 감독 자크 타티 (1949 / ..

HONG KONG

2월 11일부터 18일까지, 7박 8일 일정으로 홍콩에 다녀왔다. 예전에 처음 홍콩에 갔을 때는 정말 숨이 막힐 정도로 일정을 꽉 짜서 갔는데, 이번에는 거의 아무런 일정도 세우지 않고 갔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에 꽉 짜인 일정을 짜서 가보니 그대로 움직이는 것이 갑갑하게 느껴지고, 또 여러 변수가 닥치면서 그대로 일정을 따르는 것에 무리가 따랐으며 나중에는 일정이고 뭐고 그냥 멋대로 돌아다녔는데 그것도 그리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그렇듯 더 자유롭게 돌아다니고자 마음을 먹었기에 카메라도 챙겨가지 않으려 했지만 그래도 일단 하나 챙겨갔다. 우습게도 그렇게 챙겨간 카메라는 도착한 첫날 고장이 났다. 엄밀히 말하자면 카메라가 고장 났다기보다는 그 안에 있던 메모리카드가 고장 난 것이지만, 어쨌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