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199

20091031

1. 부천에 다녀왔다. 오랜 친구를 보았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함께 영화 [파주]를 보았다. 극장에서 영화를 본 것 역시 꽤 오랜만이었다. 영화와 친구 둘 다 비슷하지만 또 서로 다른 맥락에서 반가웠고 즐거웠고 좋았다. :) 2. 오늘까지 제출해야 하는 중요한 연구발표문을 다 작성하고 제때 제출했으나, 마음이 편치 않다. 정말 공들여서 글을 쓸수록 나의 한계를 절감하게 되는 것 같다. 3. [파주]도 리뷰를 따로 작성해보고 싶은데... 싶을 뿐이다. 음 그래서 일단 한 마디만 해보자면, 캐스팅은 완벽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한 마디만 더 덧붙여보자면, [파주]는 정말 [질투는 나의 힘]을 찍은 박찬옥 감독의 작품답지만 또한 [박쥐]를 찍은 박찬욱 감독의 작품다운 면모도 있는 영화로 다가왔다. 음 그..

근황, 여러 가지

근황 아주 잘 지내고 있다. 여러 가지 3주 전이었나, 감기에 걸렸을 때 코를 하도 풀어서 코 오른쪽 부분이 헐었다. 여러 차례 딱지가 앉았다 떨어졌다. 그런데도 아직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다. 내가 스스로 치유해내기에는 벅찬 상처인 모양이다. 오늘 피부과에 갈 생각이다. 합평수업을 몇 번 듣고 나니 문제는 내가 쓰는 글 자체에 있다기보다도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러한 지적을 콕 집어서 해주신 교수님도 있었다. 내가 최근 절실하게 고민하고 해결하려 노력한 문제 역시 어떻게 써야 하는가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있었으므로, 그러한 지적은 합당하게 다가왔지만, 우울하기는 했고, 그 우울한 기분은 적어도 그 하루만큼은 쉽게 떨쳐내기가 힘들었다. 중간고사 기간을 맞이해서 시..

낙서

1. 부산국제영화제 예매는 다른 영화제 예매와는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애당초 예매하려 계획했던 영화 중 단 두 편만 성공적으로 예매했고, 나머지는 다 실패했다. 예매시작과 동시에 사이트에 접속했음에도, 불과 1분 사이에 최고 화제작은 다 매진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웬만한 다른 영화도 다 매진되었다. 그래도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하얀 리본] 예매는 성공했으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 게다가 부산이니까, 굳이 영화를 보지 못하더라도 할 일은 많지 않겠는가! 그러나 동행할 사람은 아직 없다. 사실 없는 편이 더 낫다는 생각도 든다. 부산에서 간단히 인사를 나눌 사람 몇 명은 있을 것 같은데, 그 정도가 가장 적절한 것 같다. 2. 내 딴에는 다른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이러저러한 말을 건넨다고 건네는..

낙서

1. 어제,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초등학교 동창 여자아이를 만나서 함께 식사도 하고 카페에도 갔다. 그 아이는 자신에겐 여자친구보다는 남자친구가 더 많다고 했다. 이해가 갔다.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의 메리와도 같은 아이, 아주 빼어나게 예쁜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마음이 끌리는 아이였다. 그 아이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니 조금 우울해졌다. 그 아이가 좋아서라기보다는 그 아이는 누구나 좋아할 것 같아서 그랬다. 그런 것으로 우울해하는 게 조금 이상한 것일까? 아무튼 그러한 만남 뒤에 집에 돌아와서, 말러 6번을 들으며 조금 감상적인 기분에 잠겼다. 2. 부산국제영화제에 동행할 사람을 찾는 글을 학과 싸이클럽에 올렸다. '이번에 1학년으로 복학한 06학번 XXX라고 합니다. 많은 분과 제대로 ..

여러 가지(수정)

1. [매거진 갭 로드], [퍼니 게임 US] 트레일러 2. 아예 백치가 된다면, 무척 자유롭고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이 종종 들곤 한다. 3. 지난 몇 달 동안 만났던 사람보다 많은 이들을 최근 일주일 동안 만났다. 편하고 좋은 얼굴도 있었지만 역시 새로운 무리에 적응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4. [솔약국집 아들들]을 가끔 부모님 따라 보곤 한다. 솔약국집 첫째 아들과 수진 사이의 사랑 구도를 보다가 문득, 나도 저렇게 늦게라도 좋으니 저렇게 은근하고 소박한 사랑을 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젊음은 시작부터 노쇠해 버린 느낌이다.

여러 가지2

1. 영화제 때 보았던 몇몇 영화가 계속 생각난다. 특히 [매거진 갭 로드]는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한번 보고 싶다. 타르코프스키에 비견될 수 있을 만큼 정적이고 아름다운 영상으로 담아낸 홍콩의 모습은 몇 년 전에 가서 내가 보았던 것보다 훨씬 우아했고, 황홀했다. 감독은 니콜라스 친. 한때 영국 BBC에서 역사 다큐멘터리를 연출했고, 이 작품은 그의 첫 영화 연출작이라 한다. 내가 인상 깊게 본 부분은 감독의 역할보다는 촬영감독이나 미술감독이 공헌한 바가 더욱 컸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관련 정보를 더 찾아보고, 조금 더 성의 있는 감상문을 써보고 싶다. 2. 얼마 전에 별생각 없이 아멜리 노통브의 『앙테 크리스타』를 펼쳐들었다가, 책을 읽는다는 자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몰입해서 단숨에 독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