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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헌책방 : 인천에 가고 싶은 이유 몇 가지

"서울에 비해 보잘 것 없을지라도 우리의 역사다" 배다리 지키는 인천 아벨서점 주인 곽현숙씨 [오마이뉴스 2008.06.17] 헌책방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인천에도 헌책방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배다리 헌책방 거리가 바로 그곳이죠. 서울의 청계천이나 부산의 보수동에 있는 헌책방 거리만큼이나 유명한 곳이라고 해서 언젠가 한 번 가야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했는데, 최근에서야 비로소 인천 헌책방 거리가 사라질 위기에 있음을 알아차리고 위에 링크한 기사를 비롯해 관련 글을 몇 개 찾아보았습니다. 음. 상황은 토건국가 대한민국의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것이랄까요. 현재 인천 배다리 거리에는 다섯 곳의 헌책방만 남아있는데, 그마저 산업도로 건설로 인해 없어질 위기에 있다는 상황입니다. [배다리를 ..

004. 안성 책마을 : 허름한 동네 헌책방

상호 : 책마을 주소 : 경기도 안성시 금산동 30번지 규모 : 지상 1층. 매우 협소하나 매우 협소하다는 생각으로 들어가 보면 의외로 협대함. 제가 사는 고장은 경기도 최남단에 있는 안성시입니다. '안성맞춤'이라는 관용어가 유래한 고장이기도 한데요, 한국에서 3대 시장을 이룰 정도로 중심지였던 시절도 있었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그저 자그마한 농촌형 도시일 뿐입니다. 도시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시내가 작고, 그렇다고 해서 시골이라고 하기에는 또 공단지역이 있어서 오염수위가 꽤 높은, 어정쩡한 공간이죠. 시에서는 '장인의 혼이 살아숨쉬는 문화예술의 도시' 같은 문구를 공문에 사용하면서 열심히 포장에 신경 쓰지만, 포장에만 신경 쓰는 것 같더군요. 영화 로 유명해진 남사당 사물놀이패를 위주로, 바우덕이..

헌책방/방문기 2008.12.15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마광수) - 헌책으로 만난 마 교수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마광수 (자유문학사, 1989년) 상세보기 불안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마광수 (리뷰앤리뷰, 1996년) 상세보기 KBS 가 밤 9시로 시간대를 옮기기 전만 해도 [봉숭아학당] 코너에는 박성광 씨가 맡았던 '박 교수'라는 캐릭터가 있었습니다. 뿔테 안경에 바바리코트를 입은 채 등장해서 처음에는 교수님답게 덕담 비슷한 것을 늘어놓다가 나중에는 결국 야한 얘기를 하며 외마디 탄성(?)을 지르곤 하던 캐릭터였죠. 이 '박 교수'는 원래 '마 교수'였습니다. 야한 것을 밝히는 마 교수, 하면 아무래도 마광수 교수를 연상할 수밖에 없겠죠. 실제 모델도 마광수 교수였던 것으로 짐작합니다. 한 인터뷰 기사에서 마광수 교수가 자신을 소재로 삼은 듯한 이 '마 교수'가 불..

헌책방/독서 2008.12.06

88만원 세대(우석훈,박권일) - 두려워하라, 저항하라, 연대하라

88만원 세대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우석훈 (레디앙, 2007년) 상세보기 작년 말 청계천 인근 헌책방 골목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 때 무척 설렜던 기억이 납니다. 『88만원 세대』를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그 용어에 익숙한 이들이 이미 많았을 만큼 이 책의 여파가 거셌던 시점이었죠.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승리를 거둔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기도 했고요. 그때까지만 해도 검증된 고전, 혹은 제가 좋아하는 문학이나 철학 분야의 저자가 내놓은 책만 사서 읽는 경향이 있던 저로서는, 생소한 이름의 저자가 낸 사회과학 분야의 책을 선뜻 살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의 도서관에는 아직 이 책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고요. 20대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며 이곳저곳에서 추천하는 것을 들어온 ..

헌책방/독서 2008.11.27

헌책방 보물찾기 : 헌책방에서 책갈피를 발견하는 즐거움

고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갑작스레 독서량이 늘어났던 저는 초보 독서가답게 독서 예절에 대해 무지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건 제 책이건 관계없이 모서리 부분을 접어서 어디까지 읽었는지 표시하던 일이었죠. 그 당시에는 그런 행위가 책을 손상케 한다고 생각하지 못했고, 또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게 뭐가 대수냐는 식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활동하고 있던 도서부에 함께 소속되어 있던 친구가 그러한 제 버릇의 유해함을 지적해준 게 일종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곰곰이 생각해보니 과연 제 행동은 편리하다는 맥락에서만 좋은 일이더군요. 공공 도서관의 서적이나 다른 사람의 책 같은 경우 그런 행위는 예의에 어긋나는 일일 뿐더러 자기 자신이 소유한 책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다루어진다는..

003. 부산 보수동 책방 골목 : 오이소 보이소 읽으소

상호 : 경희서점 외 50곳 주소 : 부산광역시 중구 보수동 규모 : 말 그대로 골목 전체 홈페이지 : http://www.bosubook.com/ 부산에서뿐만 아니라 전국을 통틀어 보아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헌책방 골목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큰 규모의 이 책방 골목은 부산의 보수동에 있습니다. 부산의 '보수'동이라 하면 약간 선입견을 지니실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뭐 보수적인 면모는 쉽사리 발견하기 힘듭니다; 아무튼 이런 지역감정에 익숙한 분이라면 이 책방 골목의 명칭을 쉽사리 기억하실 수 있을 듯싶습니다. 이곳을 찾아가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자갈치 역에서 내려서 국제시장 방면으로 쭉 올라가면 바로 보수동이 나오고, 보수동 자체가 책방 골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 ..

헌책방/방문기 2008.11.19

002. 뿌리헌책방 : 호두과자의 고장에서 저렴한 헌책을 맛보다

상호 : 뿌리서점(뿌리헌책방) 주소 :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성황동 43번지 7호 전화번호 : 041-563-9129 규모 : 지상 1층. 보통 헌책방 크기. 천안버스터미널에서 넉넉잡아 15분 정도 걷다 보면 노란색 간판의 [뿌리서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학교(복자여고) 근처에 있는 책방이라서 그런지 안에는 학습 참고서가 많이 있습니다. 사실 여느 헌책방을 가더라도 초중고등학교 참고서를 보기 힘든 곳은 드물죠. 그만큼 이 사회의 교육여건이 비합리적이라는 반증으로 여겨져 다소 씁쓸할 따름입니다. 뿌리서점의 내부는 밖에서 보고 짐작하는 것보다 더 넓습니다. 좁디좁은 헌책방의 이미지보다는 일반 동네에 있는 작은 서점의 이미지라고나 할까요. 실제로 양은 그리 많지 않지만 헌책이 아닌 책도 판매합니다. 입장하자..

헌책방/방문기 2008.11.18

001. 평택 아사달 헌책방 : 오래된 책과 음악, 그리고 견출지

상호 : 평택 아사달 헌책방 주소 : 경기도 평택시 합정동 741-8 전화번호 : 031-656-6318 규모 : 지하 1층. 건물은 그리 넓지 않지만 책은 무척 많음. 홈페이지 : http://www.bookoa.com/module/book_shop/shop_view.asp?shopID=yp6318 평택 근처에 있는, 그리고 헌책방을 좀처럼 찾기 힘든 고장에 살고 있는 저에게는 이 [아사달 헌책방]만큼 접근이 용이한 헌책방도 없습니다. 30분 정도만 버스를 타고 가면, 그리고 15분 정도만 터미널에서 걸으면 곧장 이 헌책방이 나오죠. 물론 시간만으로 따져보았을 때는 그리 가까운 거리라고 보기도 힘들겠지만요(가장 가까운 헌책방까지 45분이나 걸리는 곳에 살고 있어서 헌책방을 향한 동경이 생겨난 것일지도 ..

헌책방/방문기 2008.11.15

헌책방 순례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저는 헌책방을 좋아하긴 하지만 잘 알지는 못합니다. 헌책방보다는 사실 책방 자체를 좋아하고, 책방보다는 책을 좋아하는 평범한 독서가일 뿐입니다. 헌책방에 다닌지도 그래서 얼마 되지 않았고, 그나마도 집 근처에 있는 곳 몇 군데만 두어 달에 한 번씩 둘러본 게 제 헌책방 경험의 전부입니다. 이 블로그는 그 경험의 연장선상에서 남기는 기록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계획은 앞으로 시간과 금전적 여유가 허락하는 한 전국의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겠다는 것이지만 인생은 계획대로 풀리는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죠. [헌책방 순례기]라는 거창한 제목과는 달리 이 블로그에는 지극히 소박한 내용이 담길 확률이 높습니다. 헌책방에 관한 기록이 주를 이룰 것임은 분명하지만, 이 기록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확언..